본인의 주량으로 말할 것 같으면 소주 반병이 가장 기분 좋을 단계이고 그 다음 소주 한병이 한계입니다. 그리고 나서 더 먹으면 술버릇이 나오는데 졸음이 급격하게 밀려오면서 필름이 끊기죠.
최근에 인턴이 들어왔는데, 그 인턴으로 말할 것 같으면 이제 대학교를 갓 졸업하였고 성격 좋고, 몸매도 훌륭해서 학교 다닐 때 여럿 울렸다고 생각이 들더군요. 뭐 좀 물어보려고 갔다가 가슴을 책상에 올려놓고 쉬는거 보고 깜놀해서 어버버..
인물이 되고 성격이 되다보니 별거 아닌 거 가지고 들고가서 말 붙이려는 남자들이 줄을 선지라, 그 친구 아마 회사 다니면서 커피를 하도 마셔서 밤에 잠이나 잘수 있을까 괜시리 걱정이 되데요.
다행히라면 다행이랄까. 교육 담당이 저여서 하루에 한시간씩은 공식적으로 단둘이 얘기할 기회가 있는데 이 기회에 교육자료나 만들자 해서, 그 친구한테 이것저것 자료 던져주고 내일까지 이거 정리해서 10분짜리 PPT만들라고 시키면 참 열심히 합디다.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10분짜리 PPT가 쉬운 일은 아니기 때문에 별 쓸데없는 자료도 넣고 그러는데...
사실 그 친구는 이대로 가면 외모 때문이라도 정직원에서 상당히 유리하죠. 이미 전사에 소문이 자자하고요. 그렇게 때문에 나중에 혹시나 안좋은 소문이라도 돌수 있어서 공개적으로 하는 PPT 평가에서 딱부러지게 해야 본인에게도 낫긴하거든요 라고 이야기하는 것은 공개적인 핑계이고, 원체 미인 앞에서는 어버버하는 성격에 괜히 지도 선배인데도 말도 못한다고 쪽당할까봐 그러는거고, 그 친구가 말하는거 어물어물하는게 보는 것도 꽤 재밌는지라 그러는거죠.
하지만 그러는거 아무 소용없네요. 지난 주 대망의 회식 자리. 치열한 자리 싸움이 눈에 보이는 가운데 술에 약한 저는 한자리에 계속 있는 것이 상책인지라 겨우 소주 한 병 주량 계산하면서 버티고 있는데, 그 친구가 옆자리로 옵니다. 슬슬 졸려하는 거 참아가면서 이야기하는데 이 친구도 꽤나 마신 모양이데요. 그도 그럴것이 서로 자기 잔 받으라고 난리이니.. 다들 남자 놈들이니 술 먹이고 뭔가 이벤트를 기대했던 것인지도 모르죠.
그렇게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데 알다시피 술 마시면 다들 풀어지잖아요. 그냥 봐도 이쁜 얼굴이 술 마시고 보면 얼마나 더 이뻐보입니까. 없던 사심도 만들어서 낼 판이지요.
그러다가 회식 끝나고 술도 깰 겸 아이스크림이나 먹고 가자는 이야기까지 나왔어요. 다른 동기 지도 선배는 하루에 얼굴 한번, 얘기 한번 하기 힘들다는데 한시간씩이나 매일 시간을 내서 피티 평가해주고 교육 시켜줘서 고맙다고도 하고요. 이 친구야. 내 일때문에 한시간 밖에 시간을 못내서 그렇지 하루종일 해도 즐겁겠다라고 내심 생각을 하고 있는데, 부장이 이제 다들 집에 가자고 일어나데요.
그리고 나서 둘이 아이스크림을 먹으러 따로 나갔다면 해피 엔딩이겠지만, 그 친구 하고 얘기하면서 몇 잔 씩 더 먹은게 화근이였어요. 흑. 몸이 잠깐 휘청하려던 찰나에 저한테 취했다고. 하는 선배. 그 말은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 아니라 너는 취했다. 너 하나도 간수하기가 힘들다. 그러니 너의 옆에 인턴은 내가 챙겨 주겠다. 라는 의도겠지요. 그리고 그 인턴을 납치하다시피 해서 택시 태워주겠다고 휭 사라져버렸어요.
정신 차리고 보니 누가 코 베어간 느낌이랄까..
다음 날 잘 들어갔냐고 카톡이 와서 너는 잘 들어갔냐고 물으니
그 선배가 잘 챙겨줘서 잘 들어갔데요. 무려 택시비까지 주고 갔다고..
자기가 못 먹는다고 남까지 못 먹게 하나..
역시 작업도 주량이 되어야 하나 봅니다.
세줄 요약
1. 인턴이 들어왔는데 이쁨
2. 내가 지도 선배
3. 술 먹고 작업 걸려고 해도 내가 술을 못해서 슬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