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종 중금속으로 오염된 논에서 자란 ‘카드뮴 쌀(Cadmium rice)’이 중국 전역으로 유통되고 있다.”
환경오염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중국에서 가장 심각한 것은 대기오염도 수질오염도 아닌 토양오염이라고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최근 전했다.
중금속·화학 폐기물 무더기 매립
살충제, 화학비료 남용도 심각
“중국 전역 유통 … 세계인 건강 위협”
경제발전 과정에서 쏟아져 나온 화학물질과 중금속을 무더기로 매립하고, 소출을 늘리기 위해 맹독성 살충제와 화학비료를 무분별하게 남용한 결과라는 것이다.
이외에도 중국 곳곳에서 자주 일어나는 화학사고와 이에 따른 관계 수로 오염 등도 토양오염을 가속화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오염된 땅에서 자라는 곡물이 중국은 물론 세계인의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는 점이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식량 생산국이기 때문이다.
오염지는 광활하다.
중국 정부가 2014년 발표한 토양오염 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전 국토의 16.1%가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지로 한정할 경우 오염 면적은 전체의 5분의 1 수준인 19.4%에 달했다.
각종 오염물질로 범벅이 된 농지가 대략 25만㎢에 육박하는데, 이는 국토 면적이 세계 14위권인 멕시코의 전체 경작지 규모와 맞먹는다.
게다가 오염된 토양 40%에서는 발암성 물질인 카드뮴과 비소가 검출됐다.
중국 정부 당국자는 “(전체 경작지의 14%에 해당하는) 농지 3만5000㎢는 오염이 너무 심각해서 농사를 지으면 안 되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중국 33개 성(省)·시(市) 가운데 가장 토양오염이 심각한 곳은 후난성으로 조사됐다.
공교롭게도 후난성은 중국 제일의 곡창지대이다.
2015년 중국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후난성의 경우 최소 40 %가 넘는 토지가 오염된 것으로 분석됐다.
이코노미스트에 소개된 한 현지 농민 사례는 토양오염이 얼마나 일반적인지를 보여준다.
후난성 시챠오라는 작은 마을에서 벼농사를 짓는 탕동화(47)는 최근 인근 주물공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지역 환경감시국이 탕씨가 재배한 쌀의 샘플을 올해 조사한 결과 중국법 상 허용 기준치를 50% 이상 초과하는 카드뮴이 검출됐기 때문이다.
매년 1t 정도의 쌀을 생산하는 탕씨의 논에서 주물공장까지 거리는 2㎞ 남짓. 공장 굴뚝에서는 쉴 틈 없이 중금속을 가득 함유한 하얀 연기가 피어오른다.
용광로 작업 때 나온 납과 구리·카드뮴 등이 뒤엉켜 일대를 오염시키는 것이다.
사정이 이런 데도 탕씨와 그의 이웃들은 지역 정미소에 쌀을 팔아왔다.
이 쌀들은 서로 뒤섞여 중국 남부에서 널리 유통된 것으로 파악됐다.
앞으로도 상황은 달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재 중국에는 중금속 오염 기준치만 있을 뿐 오염된 땅에서 곡물을 재배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은 없어서다.
중국에서는 여러 요인이 복잡하게 얽히며 토양오염이 급속도로 진행됐다.
먼저 중국에서는 오염물질의 광범위한 불법 매립이 수십 년 간 규제 없이 사살상 방치돼왔다.
사례는 부지기수다.
2004년에는 베이징 지하철 공사 과정에서 터널 굴착 작업을 하던 작업자들이 각종 질환을 호소하자 당국이 조사를 시작했다.
결국 인근 농약 공장에서 묻은 폐기물 아래에서 작업을 했던 것으로 뒤늦게 밝혀졌다.
2015년 장쑤성의 한 돼지축사 지하에서는 1만t의 독성 폐기물이 발견돼 지역 사회가 발칵 뒤집혔다.
주로 인재로 판명되는 화학사고가 빈번한 것 역시 문제다. 지난해 1~8월까지 중국 전역에서 발생한 폭발·화재 및 오염물질 유출 등의 사고만 232건에 이른다.
사고로 유출된 각종 화학물질이 인근 하천으로 흘러들고 관계 수로를 오염시키면서 토양오염으로 진화하는 것이다.
특히 중국 북부지역은 극심한 물 부족으로 농수가 늘 부족한 상태다.
농민들이 오염된 물인지 알면서도 경작에 갖다 쓰는 이유다.
중국 전역에서 내보내는 1년치 오수가 600억t 정도로 추산되는데, 그 중 제대로 하수 처리되는 양은 10%에 그친다는 점도 상황을 악화시키는 요인이다.
실제 2010년 중국 당국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중국의 하천수 중 18%는 농업용수로 쓸 수 없을 만큼 오염된 것으로 나타났다.
농약·화학비료 남용도 토양오염을 심화시켰다.
1990년대 초반과 비교해 둘 모두 사용량이 배나 올랐다.
중국 식품영양안전연구소의 2012년 조사에 따르면 16개 성에서 생산된 곡물에서 무려 65종의 농약 성분이 검출됐다.
13억 인구를 먹여 살린다는 명목으로 곡물 생산량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인 셈이다.
경제구조 변화에 따른 도시화 역시 주변부 농지의 토양오염을 확대시킨 원인으로 지목된다.
수십년 간 대도시들이 급속히 팽창하는 과정에서 공장지대가 도시 주변부로 밀려나는 일이 반복되면서 오염 범위가 더 넓어졌다는 분석이다.
중국 학자들은 토양오염이 중국인의 건강을 실제로 심각하게 위협하는 것으로 결론내렸다.
오염지대 인근에 이른바 '암 마을(cancer villages)'로 불리는 곳들이 속속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2015년 연구 결과에 다르면 400~450개 지역에서 각종 암 환자가 속출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중국 환경단체가 2006년 후난성 주저우 주민 500명을 대상으로 소변검사한 결과, 검사자 가운데 30%의 신체에서 카드뮴이 검출됐다.
이 중 10%는 정밀 진단과 특별 치료를 받아야 하는 수준이었다.
상황은 이토록 심각하지만 사실상 해결책을 찾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대기오염이나 수질오염의 경우 중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짧게는 수년 내에도 가시적인 성과를 거둘 수 있지만, 토양오염은 한 세기 이상이 지나도 해결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스모그로 악명 높은 베이징의 '블루 스카이'가 단적인 사례다. 양회 등 중국의 주요 정치행사 일정을 앞두고 중국 정부가 통제하면 맑은 하늘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 화력발전을 줄이고, 노후 차량을 통제하면 오염원 차단이 가능하다는 것을 시사한다.
그러나 토양오염은 땅을 통째로 갈아엎지 않는 이상 정화가 힘든 구조다.
1970년대 후반 미국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러브 캐널(Love Canal)’ 사건만 봐도 그렇다.
미국 뉴욕주 나이아가라 폭포 인근 러브 캐널 매립지에 후커케미컬 사가 매립한 독성 물질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각종 질환에 시달리고 끝내 이주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당시 오염 면적은 약 6만5000㎡, 정화를 완료하는데 21년이 걸렸다.
천문학적인 정화 비용도 문제다.
영국 런던시가 2012년 런던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기존 공업지대를 경기장 부지로 활용하기 위해 1㎡당 든 정화 비용은 3900달러(약 442만5000원) 정도였다.
이를 중국 전역의 오염토 정화 비용으로 환산하면 1000조 달러(약 112경9000조원)에 이른다.